‘순천화’되다 (Sucheonization)
by Ryul Song 송률
순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세계화(global thinking)’의 범주 안에서 어떻게 순천에 잠재하고 있는 지역적 정체성을
현실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이런 계기를 갖게 된 것은, 순천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자료 조사 중에 순천 웹사이트의 ‘순천시 홍보영화’를 보게 되면서부터다.
순천은 이 홍보영화에서 ‘세계화(global/globalization)’에 대한 열정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안에서의
순천이 아닌, ‘세계지도(global map)’ 위에서의 순천을 원하고 있었으며, 세계화를 추구하는 다른 도시들처럼 도시의
‘거대화(bigness)’를 추구하는 내용의 영상물이다.
그림 1은 영상물의 거의 마지막 이미지로써 “순천의 미래, 순천은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이해되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시각화
된 이미지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연상하게 한다- 순천이 ‘globalization'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지역적으로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살린 것이 아닌, 어떤 외부에서 이미 ‘globalization’이 되어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즉 이 영상은 ‘globalization’이 되면서 특정 순간과 특정 상황인 하나의 이미지만을
이상화시키며, 그 상황이 초래하게 될 결과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어 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우선 방법적으로 영화의 영상
이미지와 내레이션을 각각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 했다. 내레이션에서 두드러지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들은 그림 4에서 보이듯
“All roads are leading to Suncheon”, 즉 ‘모든 길은 로마로 통 한다’는 명구를 모방한 “모든 길이
순천으로 통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어서 지금 순천의 이슈가 되고 있는 “Suncheon, a city of
beautiful people”등과 같은 몇몇의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문구들이다. 예를 들면, 그림 5는 순천으로부터 시작한 길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순천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과 내레이션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어떤 특징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내레이션에서는
‘Suncheon’이라는 단어가 총 내레이션의 반을 약간 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world’/ ‘global’라는 단어가
25% 정도 언급되고, 그러면서 그 사이에 ‘asia’/ ‘Korea’ / ‘Jeollanam-Do’에 대해서는 극히 적은
횟수가 언급된다. 그림 6에서 보이듯, 지방 도시인 순천이 다른 중간 과정은 상관하지 않은 채 신속히 ‘global’을 향해
가기를 원하며, 그 결과 순천과 세계 사이의 비정상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다른 눈에 띄는 점은, 내레이션에서는 ‘Suncheon’이라는 단어가 50%이상이 언급되는 반면, 영상 이미지를 살펴보게 되면,
‘Suncheon 이미지’는 50%가 채 되질 않는다. 그리고 내레이션에서는 25%밖에 언급되어지지 않았던
‘world/global 이미지’는 무려 43%에 이르고 있다. 순천은 그들의 현실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보다는 순천의 미래,
순천이 생각하는 미래의 유토피아를 보여주기 위해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
내레이션에서 순천을 대표하는 것들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면, ‘culture’ / ‘nature’ / ‘education’ /
‘industry’ 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 순천에 100세 이상의 노인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물에서는 어린이들의 미소만이 순천의 행복을 대표하고 있다. 또한 순천의 도시 이미지는 현재의 도시적/건축적 상황보다는‘그들의
유토피아’ 이미지가 대표되고 있다.
이미지로써는 ‘culture / nature / education / industry’등에 대한 자연적이며 휴머니즘에 관한 많은
피상적인 것들만을 보여 주고 있지만, 정말 순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미래의 모습이 되고 싶으며, 어떤 내용을 갖는
순천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내레이션에서 확연하다.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은 ‘infrastructure’와
‘architecture’ 이며, 영상 이미지로 상당히 자주 보여 지는 ‘보다 나은 삶: Quality of Life’를
상징하는 ‘nature’에 대해서는 불과 24%에 밖에 언급되어 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지는 순천(순천시의
내용)’과 ‘보여 지는 순천(그 내용의 시각화/현실화)’사이에 큰 간격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순천이 미래에 대한 이상을
시각화/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순천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6-7)
우리는 순천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내용과 순천시의 ‘세계화(global)’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며,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도시적 전략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그들이 원하는 순천을 만들어 갈 항목들을 요약하면(그림 8), 1차적 주요 사항들은‘생태/ 문화 / 교육 / 경제’이며,
하드웨어적인 2차적 주요사항들은 ‘역사 / 자연 / 관광 등등’이다. 특히 ‘영화산업’은 순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분야로 파악했다. 어느 정도 틀은 갖추고는 있지만, 아직 미개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로써의 3차적 사항들로는 ‘삶의 질 / 물리적 위치/ 지역색/ 세계화 이미지’등 이다.
(...)
우리는 순천의 현 상황의 비교/분석보다는, 순천의 시나리오를 이미지화 시키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스튜디오는, 두 학생이
순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 학생은 지금까지의 반생을 순천에서 살았다. 그 외 몇 명은 순천을 방문해 보기만 하였고, 나머지 몇
명은 순천에 전혀 가본 적이 없는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각각은 순천에 대한 이와 같은 관계를 유지한 채, 순천 현지 워크숍
전까지 일부러 순천을 견학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천을 알고 있는 사람과 순천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떠한 다른 방식으로 이 도시와
도시의 제반사항에 접근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 또한 도시전략을 발전시키는 과정 중의 하나로 의도되었다.
(...)
그림 9의 왼쪽 사항들은 스튜디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의 목록이다. 아이디어들이 먼저 나오게 된 것은, 도시를 분석해서 나온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역전시킨 프로세스이다. 우선 순천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와 이미 간행 되어 있는 이미지(인터넷, 사진
등), 그리고 순천 홍보영상을 주 자료로 삼고, 거기에서 얻은 도시의 이미지를 순천의 미래 이미지를 제시하였다. 이렇게 제안 된
순천의 도시 상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순천 홍보영상물에서 순천이 원하는 미래도시를 위한 카테고리와의 상관관계를 검증 받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어떤 아이디어들이 순천의 어떤 카테고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동시에 더 많은
카테고리에 부합될 수 있는지를 분류하기 위한 것 이였다.
(...)
순천 이미지 콜라주(그림 77-80)는 순천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필터 된 순천의 모습에서 찾아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브랜드화(branding)’이다. 브랜드화는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과 연관된, 도시를 팔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연상 시킨다. 그러나 ‘브랜드화’의 의미는 오랜 역사를 가지며, 외부에 보여 지는 도시가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부 자체의 주민들 스스로가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그 정체성이 브랜드화되면서 주민들이 그 도시에 사는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매개로써 작용한다. 스튜디오 내에서는 일단 순천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시 로고(Logo)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누구든 순천의 모든 곳에서 순천시의 로고(그림 10)를 보게 된다. 역사의 한 단편을 구체적으로 상징화한
이 로고는 추상화되기 시작한다. 로고를 가능한 추상화시킴으로써, 시야에 방해 없이 잠재되어 있는 정체성을 인식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이다. 현재의 로고가 순천만의 특징인 원의 형태와 접합하면서 추상화 된다. (그림 11-13)
이 ‘브랜드화’의 과정 중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 것은, 렘 콜하스(Rem Koohlhaas)가 말하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대표적 이미지인‘거대화(bigness)’와 작은 것에 잠재하여 있는 ‘강한 영향력(big
impact)’에 대한 상관관계였다. 그림 30에서 보여 지는 ‘삼다수’ 물병에는 단지 제품명인 “삼다수”만이 아니라, 이
제품의 생산지인 제주도를 홍보하는 차원으로 “제주 삼다수 / visit jeju korea 2006”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것은
단지 제품만이 아닌, 제품을 이용하여 그 생산 도시까지 홍보하는 도시의 브랜드화 과정의 한 예이다. 물리적으로는 작지만
일상생활화함으로써 ‘강한 영향력 (big impact)’을 유발하는 이중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
추상화 된 로고는 순천 홍보영상에서 언급된 각 카테고리들에 활용되어, 로고간의 동일한 이슈를 가지면서 각 카테고리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제안 되었다. (그림 12-17)
‘관광 로고’(노란색): 호텔 등에 이 로고를 사용하여 호텔명과 인증표시. ‘생태 로고’(녹색): 순천의 생태 로고에‘관광
로고’를 첨부하여 순천을 한 번 더 상기 시키는 효과.
‘산업 로고’(파란색): 순천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에 이용. 순천 로고의 사용으로 순간적인 순천에 대한 인식효과와 라벨에
품질표시와 더불어 “made in Suncheon, Korea" 생산지 표시,
‘영화산업 로고’: 도시를 새로 계획하거나 완전히 뜯어 고치지 않아도, 지금 있는 순천의 것들을 조금만 개선하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영화산업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순천시는 영화 세트장에 대하여 상당한 자부심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영화 세트장만 있지 영화작업 전반에 걸친 기반시설이 미미하기 때문에 서울이나 타 도시에서 많은 것들이 동원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 영화 세트장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추게 된다면 순천의 경제적뿐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림 18-29)
그림 25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미지인 ‘HOLLYWOOD’사진을 ‘순천화’시킨 것이다. 영화산업과 관련한
‘랜드마크(landmark)’의 영향에 관한 것을 보이고 있다. 사실 헐리우드 방문객들이 그 유명한 ‘HOLLYWOOD’를
경험하기 위해 높은 산을 힘들게 오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헐리우드 방문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이미지에서 보이
듯, 이제는 도시 이름 자체가 랜드마크가 되어, 영화 세트장의 ‘HOLLYWOOD’를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엉뚱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곳이 다름 아닌 영화의 도시 헐리우드이기 때문에 ‘HOLLYWOOD’는 비현실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순천에도 만일 충분한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영화에 참여하는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오랜 시간 머물 수 있고, 그래서 이 유명인들이
순천 시내를 자주 왔다 갔다 한다면, 그것 자체로 순천의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 스튜디오는 순천 자체의
영화 사업단 ‘Suncheon University for Motion Picture/SUMP’ (그림 29)을 고유 로고와 함께
제안한다.
로고의 사용으로 형성 된 일체화된 정체성(cooperate identity)은 도시의 가로시설물에 계속된다. 노천 시장의 지붕,
버스 정류장, 안내소, 광고 설치대 또는 공중 화장실 등의 유사한 이슈를 갖는 미적 형태들은 도시의 상징으로까지 발전 된다.
(그림 31-42)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인 사건들에 내재하고 있는 잠재성은 새로운 기반시설의 계획에 정당성과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순천 출신으로써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부문 동메달을 딴 남승룡의 유명세는 순천에 1년 365일 어느 때나 마라톤
경기가 가능한 도시 마라톤 트랙을 계획하게 되는 주요 동기였다. (그림 45-60) 대중 심리 촉진제로서의 스포츠-세계 여러
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도시 마라톤의 사례들을 보더라도-는 그 지역적 사건을 배경으로 새로운 제안과 함께 전례 없는 이 도시로의
자기력을 발산하게 될 것이다.
(...)
빌바오(Bilbao)의 성공적 여파로 이 후 '랜드마크’는 '세계화'를 향해 가고 있는 도시들에서 빠질 수 없는 도시 요소로써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랜드마크 의미의 과다한 복제 때문에 이제는 그것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림 61)
랜드스케이프을 활용한 랜드마크 아이디어가 그 예로써 제안된다. 순천의 동천과 도시를 잇는 공원화 된 언덕은 강의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며, 그 활력이 도시 전체에 퍼져나가게 하기 위한 제안이다. (그림 62-67) 또한 스카이라인으로서의 랜드스케이프
개념은 도시 빌딩 코드의 특정 부문에 대한 고유 디자인을 유형화 시켜 이 도시에서만 받을 수 있는 도시 인상을 만들어 간다는
제안이다. (그림 37-44) 그 밖에 순천 주택의 유형화에 대한 제안으로 전라남도의 전통 주택이 갖는 형이상학을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재구축하는 시도도 있었다.(그림 71-75)
(...)
작업 중 계속되었던 논의들 중 하나는 도시에 대한 건축가의 입장이었다. 도시에서 벌어진 그리고 벌어질 일들이 잘못 됐다고 무조건
고치려고만 하는 태도는 건축가들의 과대망상일 것이다.
순천시는 그들이 원하는 도시에 대한 확실한 미래상(vision)을 갖고 있다. 그 미래상 자체에 ‘틀리다’또는 ‘맞다’라는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잠재성을 찾아내고, 그 잠재성이 실제화 되는 과정에서 미래상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이 도시와 괴리되지 않도록 하며, 유토피아를 꿈꾸며 디스토피아를 현실화시키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다른‘성공한’도시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닌, 그 도시에서 발생한 이미지와 연결이 될 수 있는 도시적 전략을 추구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published in slow city – suncheon,
pp. 23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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